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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대, 노년기 건강한 생활

노년기 부모와 자녀와의 정서적 소통법 – 서로의 마음을 다시 잇는 시간

by 방통e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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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부모와 중장년 자녀 간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그 변화 속에서 정서적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는 점점 바빠지고, 부모는 은퇴와 건강 저하, 사회적 고립 속에서 말수도 줄고 감정 표현도 어렵게 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효(孝)의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 부모와 자녀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는 기대 속에 진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오해가 쌓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노년기 부모와 자녀가 건강하게 마음을 주고받기 위한 정서적 소통법을 살펴보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노년기, 소통

1. 노년기의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

노년기를 맞이한 부모는 신체적 기능 저하, 은퇴로 인한 소속감 상실, 그리고 배우자나 지인의 사별 등으로 인해 심리적 외로움과 불안감을 크게 느낍니다. 특히 자녀들이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에 집중하면서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않게 되면, 부모는 “나는 이제 필요 없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 깊은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짧은 말이나 투정, 건강 문제를 자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녀는 그것을 단순한 잔소리나 불평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더 소통의 벽이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세대 간 표현 방식의 차이가 정서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호소하는 감정은 ‘서운함’과 ‘서글픔’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주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소중한 존재인가”에 대한 확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생활에 치이고, 부모는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침묵이 오해를 낳고 정서적 거리감을 더욱 키우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진심을 담아 “네가 있어서 감사하다”거나 “요즘 네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식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따뜻한 표정, 눈빛, 터치도 훌륭한 정서적 소통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입니다.

2. 중장년 자녀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소통의 벽

자녀 세대 역시 부모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장년이 된 자녀는 경제적 책임, 자녀 교육, 직장 내 경쟁,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삶의 압박 속에서 여유가 부족해지며, 부모의 기대나 정서적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가장 흔히 경험하는 감정은 ‘죄책감’과 ‘부담감’입니다. 부모를 자주 찾아가지 못하거나 전화 한 통 하지 못했을 때, 마음속으로는 미안함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나야지” 또는 “괜히 전화하면 또 잔소리 듣겠지”라며 자신을 방어하게 됩니다. 이처럼 미안함이 쌓이지만 대화는 줄어들고, 결국 감정의 교류는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반복적으로 건강 문제나 사소한 일로 불평을 늘어놓을 경우, 자녀는 그것을 ‘감정적 의존’으로 받아들이고 거리감을 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의 말 속에서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도움을 받고 싶다’기보다,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자녀는 이를 명확히 구분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 세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소통 방법으로는, ‘정기적인 짧은 대화’와 ‘질문형 대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뭐 드셨어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친구분은 잘 지내세요?”처럼 관심을 표현하는 질문은 부모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또한 영상통화나 사진 공유 앱을 활용하여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면,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서 정서적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을 느끼도록 배려하면서, 자녀 역시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현실적인 관계 맺기를 실천한다면, 보다 건강한 가족 소통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3. 서로를 향한 ‘감정적 이해’가 우선입니다

노년기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적 소통이 단절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각자의 감정을 잘 모른 채 기대만 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니까 알아서 챙기겠지”라는 묵시적인 기대를 하고, 자녀는 “부모니까 말 안 해도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기대는 오히려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작은 갈등을 반복적인 상처로 확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정서적 소통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부모는 자녀가 단순히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삶에 치여 있는 존재임을 이해하고, 자녀는 부모가 귀찮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의 삶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는 감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왜 요즘은 전화를 안 하니?”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이면에는 “네가 그리웠다”는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엄마,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부모는 서운함보다 자녀의 삶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감정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질입니다. 하루 10분의 대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일주일에 한 번의 의무적인 방문보다 훨씬 깊은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말로 확인하고 표현해야 할 감정이 더 많습니다.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힘들진 않으세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평생 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노년기의 부모와 자녀가 다시 마음을 나누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진심을 담은 짧은 대화, 따뜻한 눈빛, 배려 있는 말투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은 전달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기대하지 말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부모와 자녀는 시간이 갈수록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그 간극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정의 언어’를 꾸준히 주고받는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거나 부모님을 찾아가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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